‘신종 코로나바이러스’는 어느덧 우리 생활의 일부가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우 사정이 비교적 나은 편이라지만, 여전히 지구촌 곳곳에선 수많은 감염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다. 우리는 이제 이것이 일시적 현상이 아님을 피부로 느낀다. 공포가 거리를 뒤덮었다.
그리고 우리는 이 공포의 완벽한 대안이 마스크 착용이라 생각하는 듯하다. 길거리와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사람 중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경우를 찾기가 더 어려울 지경이다. 그러나 세계보건기구(WHO)와 대한의사협회는 이러한 마스크 착용이 필수 권고 사항이 아니며, 감염 예방을 위한 최적의 대안이 아니라고 한다. 무슨 이유에서일까.
과학적·합리적으로 이를 따지기 위해 가장 먼저 생각해 볼 점은, 우리가 “어떤” 감염원을 막기 위해서, 그리고 “왜” 마스크를 착용하는가이다. 즉, 진단과 차단의 문제다.
코로나바이러스의 명확한 전파 경로는 비말(침방울)이다. 그런데 비말의 크기는 6㎛(마이크로미터)에 달한다. 시민들이 용을 쓰고 구하려 하는 KF94의 경우 0.4㎛ 이상의 입자를 차단한다. KF80은 0.6㎛ 이상의 입자를 차단한다. KF80으로도 직접적 감염인자인 비말을 충분히 방어할 수 있다는 뜻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입자의 크기는 80-100nm(나노미터, 0.001㎛)로 무척 미세하기에, 바이러스 크기만 놓고 본다면 KF94와 KF80은 모두 이를 막을 수 없는 셈이다.
때문에, 실제 코로나 확진자들과 빈번하게 접촉하는 의료진의 경우에 N95라는 의료용 마스크를 착용한다. 이는 0.02~0.2㎛의 바이러스를 기능적으로 차단할 수 있다. 그러나 일반인들은 이처럼 빈번하게 확진자들을 마주할 일이 드물뿐더러, N95를 착용하고는 일상생활을 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노인과 호흡기질환이 있는 사람의 경우 N95 착용이 호흡곤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다. 비단, 이뿐 아니라, 마스크를 장시간 착용할 경우 호흡의 수증기가 마스크 자체를 세균 서식 최적의 환경으로 만들 가능성도 존재한다. 면 마스크는 이러한 가능성 때문에 착용을 피하는 것이 좋지만, 적절한 소독과 세탁이 가능하다면 이 역시도 충분하다.
일반인들은 비말을 차단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감염원을 방어할 수 있다는 점에서 보통의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뜻이다. 비말은 그 무게로 인해 공기를 떠다니는 것이 불가능하다. 지인들과 만나 대화를 할 때 마스크를 벗는 점을 생각해보면, 공공장소와 카페위의 테이블에 수많은 비말이 묻어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손으로 이를 접촉한 뒤 다시 얼굴을 만지게 되는 확률이, 길거리에서 타인의 침방울이 내 얼굴로 날아올 확률보다 훨씬 높음은 자명하다. 실내에서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라는 것이다. 또한, 이러한 관점에서는 손을 자주, 그리고 깨끗이 씻는 것이 감염 예방에 더 효과적임을 알 수 있다. 즉, 마스크를 착용하는 것은, 자신의 더러운 손으로부터 얼굴을 못 만지게 하는 데 의의가 있다.
물론 마스크를 반드시 착용해야 하는 경우가 있다. 병원과 보건소와 같은 감염인자가 많은 곳에 방문할 때, 혹은 만원 지하철과 같이 극히 밀접한 인구환경에 노출될 경우이다. 그러나, 더욱 중요한 경우는, 발열과 기침 등 질병이 의심되는 증상이 발현되는 경우다. 이는 만약의 경우를 대비해, 자기 자신이 내 주변 사람들을 감염시키는 것을 막는 데 필요한 것이다. 실제로 미 美 질병통제예방센터(CDC)는, 감염이 의심되는 경우에만 마스크를 착용하기를 시민들에게 권고하고 있다. 물론 고성능의 마스크를 착용하고자 하는 마음은 백번 이해하지만, 희박한 감염의 확률로부터 자기 자신을 지키기 위한 과정이 가져다주는 자원의 낭비와 비효율성은 과학적·합리적으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처음 마스크가 개발된 목적은, 수술 중 의사의 침방울이 환자의 수술 부위로 침투해 나타나는 감염을 막기 위한 것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정작 기능성 마스크가 간절히 필요한 의료현장에서 이것이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사회 내 질병 전파를 차단하는 것이 오롯이 나 자신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점에서, 보다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마스크 사용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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