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심적 병역 거부를 당신은 찬성하는가? 나는 반대한다. 아주 반대한다. 왜? "나는 공군 장병으로서 24개월 만기 전역을 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이렇게 반문할지 모른다. "배 아파서 반대하는건가요?" 그럴 수도 있다. 그러나 당신도 알고 나도 알듯이, 내가 반대하는 이유는, 적절한 답이 될 수 없다. 그건 일종의 감상에 가까운 대답이다. 논리적으로 양심적 병역 거부를 반대하는 이유는 자명하다. '공평하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것을 겉멋 들어진 말들로 차근차근 설명해 보겠다.
군 복무의 경우, 대한민국을 놓고 보면 사뭇 남다른 이야기다. 왜냐하면, 우리나라는 유례가 없는 분단국가에 처한 나라임과 동시에 군 복무가 의무이자 강제적으로 작동하고 있는 국가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역사적 사실은 논박의 여지가 없다. 우리는 그러한 나라에서 태어났고, 이에 근거한 의식들을 머리보다 깊은 곳에 묻어둔 채 살아가고 있다. 나는 안타깝게도 태극기 부대도 아니며, 광화문 집회에도 나가본적이 없으며, 보수정당의 골수 지지자도 아니다. 그러나 요새 사람들은 고모부를 곡사포로 폭사시킨 독재자를 평화의 아이콘으로 간주하고, 군대에서 어떻게 휴대폰을 쓸 수 있냐는 사람들은 꼰대로 간주한다. 참으로 낭만과 합리성이 가득한 시대다.
몇몇 국회의원들을 위시로, 조금씩 모병제에 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고, 군 복무 역시 점진적으로 축소됨에 따라서 우리도 자원군 제도와 징병제 간의 치열한 공방을 조만간 마주하게 될지도 모른다. “양심적 병역거부” 이슈는 이러한 공방의 비슷한 지점을 건드린다.
미국에서 자원군과 징병제의 논의는 주로 1) 군 복무라는 의무를 시장 논리에 따라 거래할 수 있는 것인가 2) 거래가 설령 자유로울지언정, 이것이 전적으로 공평함과 자유로움 위에서 이루어졌다 볼 수 있는가? 3) 시민의식과 가치를 훼손시키지는 않는가. 등의 이슈를 둘러싸고 이루어진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대부분의 성인 남성들이 군 복무를 의무로써, 강제로 이행하고 있다. 이러한 특수적 상황에서 양심적 병역거부를 허용하게 되는 것은 3)의 경우와 접점이 매우 크다. 대리복무가 가능해지고, 군역을 돈으로 살 수 있게 됨으로써 훼손되는 가치들, 소위 있는 자들의 의무로부터의 회피. 모두가 동등하게 지니는 헌법에조차 명시된 의무를, 개인의 특수한 사상과 신념으로서 회피할 수 있을 때 훼손되는 가치. 이것은 모두 ‘공평함'과 관련이 있다.
본질적으로 징병제가 불공평하다고 생각할 수 있다. 국가가 개인의 목숨을 좌지우지하는 것이며, 개인의 선택권과 행복을 침해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자원병 제도 역시, 비슷한 논리로써 공격받을 수 있다. 만약 사회가 불평등하고 적절한 보수의 직업의 폭이 현저히 좁다면, 경제적 빈곤이 보이지 않는 강요로써 개인에게 작동할 여지가 있다. 직접적이진 않아도 여전히 어떤 방식으로든 개인을 강제한다는 것이다. 즉, 쉽게 말해 일부 시민들이 할 수 있는게 '군바리'밖에 없는 상황을 말하는 것이다. (이는 미국의 상황을 설명하는 것임) 이러한 논리에서 벗어나기 위해 자발적으로 군 복무를 원하는 사람 중 가장 낮은 임금을 희망하는 자들만을 군대나 공적 부처에 투입한다면, 시민들이 느낄 불쾌감과 비효용이 발생한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점은 이러한 논리 구조 속에서 훼손되는 시민의식이다. 성매매를 불법으로 정해놓은 바는, 성性이 사고팔 수 있는 것이 아니라고 천명함으로써 수호하려는 시민의식이다. 양심적 병역거부가 허용되지 않았던 것은, 군 복무 자체에 적합하지 않은 수준의 심신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군 복무는 모두가 동등하게 져야 하는 의무였기 때문이다.
‘시대정신’이 변화함으로써, 이러한 의무에 예외가 적용될 수 있을까? 사회에 존재하는 공평함은 시대를 막론하고 존재해왔고,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가치로써 작동하지 않았던가. 이로 인해 황금률의 훼손이 심각하게 발생하고, 이에 따라서 흔들릴 시민의식이 우려된다. ‘나도 사람을 죽이고 싶지 않고 총을 들어 누군가에게 겨누고 싶지 않았는데, 일요일마다 일찍 일어나는 저 남자는 군대에 가지 않는다.’ "소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시대정신이라면, 이로 인해 훼손되는 압도적 다수의 공정성은 누가 보상하는가" 압도적 다수가 군 복무에 대해서 가지는 태도와 자세가 훼손된다면, 이로 인해서 저하될 국방의 사기와, 복무 서비스의 질의 하락은 가시적이다. 돈을 내고 군 복무 의무를 판매함으로써 흔들리는 가치의 진폭과, 의무에 있어 일부에게만 통용되는 예외가 가져다주는 다수의 동요. 이는 단순히 개개인의 박탈감뿐 아니라 장기적인 차원에서의 사회적 가치와도 직결되는 부분이다.
어쩌면, 60만 명의 군인들이 매일 아침 우리 사회에 얼마나 많은 양심적인 사람들이 있었는지를 확인하며 군복을 갈아입고 근무지로 나서는 날이 조만간 올지도 모르겠다. 공정함은, 한쪽에 무게를 좀 더 달아 균형을 다시 맞출 수 있는 기울어진 저울 같은 것이 아니다. 누군가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함으로써, 만약 누군가의 권리와 자유가 직접적으로 훼손된다면 이것은 잘못된 것이며, 돌이킬 수가 없다. 그리고 그것이 권리와 자유가 아닌 의무의 차원이라면, 더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시대정신은 변한다. 이제는 미국에서 대리모가 합법인 주는 10개에 달한다. 원래는 불법이던 것이 할 수 있는 일로 변하고, 어떻게 정의하느냐에 따라 다르지만 대신 임신을 해주는 ‘노동’은 거래된다. 하지만 우리는 아직도, 돈으로 사고팔 수 없는 것들이 분명히 있다고 믿는다. 그것이 의무든, 성이든, 출산이든, 군복무든. 그리고 그 가치들이 귀결되는 바가, 시민들의 의식과 공공선에 관한 것이라면, 그것들이 놓인 땅 아래에 단단히 묻혀있던 것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정의에는 예외가 없다. 그리고 돈을 주고 살 수도 없다.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권리가 있습니다.
* 본 블로그의 모든 글에 대한 권리는 필자 김철수에게 있습니다. 내용 및 이미지의 무단복제나 불펌은 금지하며 오직 링크만을 허용합니다. 또한 인용된 이미지는 모두 표시된 해당 저작권자에게 권리가 있으므로 이를 무단으로 사용해서 발생하는 책임은 퍼간 사람 본인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세상 모든 것을 리뷰합니다. > 사회 리뷰' 카테고리의 다른 글
[조회수 100만] 지뻔뻔 얼굴, 지뻔뻔 과거실체 (Feat. 칩Chip 과거, 지뻔뻔=ASMR지읒, 고기남자) (1) | 2023.10.06 |
---|---|
유튜버 칩chip과 asmr지읒=지뻔뻔의 과거 제보 (Feat. asmr지읒 얼굴) (3) | 2020.10.03 |
31번 환자의 거짓말 : 신천지 코로나 커넥션의 이유와 실체 (0) | 2020.03.02 |
이만희 기자회견 총 정리 및 옆 여자 분석 (신천지 리뷰) (3) | 2020.03.02 |
성매매 리뷰(1) : 왜 불법이어야 하는가? (Feat. 페미니즘) (0) | 2020.02.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