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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th Century Fox All Rights Reserved.

 캐롤 쉘비가 한 말은 "안녕하세요"가 맞다. 이는 쉘비가 포드 머스탱 출시 행사 당시 연설을 하러 가는 길에 설정상 존재하는 한국인 팬에게 건네는 인사다. 물론 실제로 쉘비가 당시에 "안녕하세요"를 했던 기록이 있어서 고증을 한 장면은 아니다. 당시의 쉘비 아메리카에는 한국인 전명준씨가 근무를 했었는데, 그 유명한 GT500을 디자인 하신 분이다. 그를 기리는 의미에서 한국인 대사가 삽입되었던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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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포드V페라리. 굉장히 잘 빠진 머스탱을 보는 느낌이랄까. 레이싱 장면의 긴박함과, 인물들의 서사가 꽤나 잘 버무려진 느낌. 자칫 신파로 치달을 수 있는 레이싱을 보기 좋게 핸들링한다. 훌륭하다. 나는 이 영화가 레이싱을 매개로 한 어느 "신념"에 관한 것이라고 해석하고 싶다.

 당신이 어떤 인상깊은 실제 사건을 영화하려는 영화감독이라고 생각해보자. 당시의 상황과, 인물들, 소품들의 고증에 당연히 신경써야 할 것이다. 그러나 과연 이 거대한 영화를 만드는데 그러한 고증이 전부일까? 필연적으로 감독은 생각하게 된다. 자신이 부각시키고 싶은 주제가 무엇이며, 관객들에게 무엇을 말할지. 영화 포드V페라리는 바로 신념에 관한 영화다.

 그리고 그 신념을 상징하는 인물은 켄 마일스다. 캐롤 쉘비는 바로 보통의 사람들, 관객이라고 하면 오히려 이해가 편할까. 켄 마일스 같은 인물을 우리는 살면서 한 번쯤 마주치지 않던가. 어딘가 괴팍하고 까칠한 사람. 사람들과 잘 어울리지 못하고 뒤에서 수군대기 좋은 사람. 그러나 뭔가 한 가지 일을 미친 것처럼 하는 인간.

 영화는 바로 그러한 신념에 대해서 다루고 있다. 쉘비는 물론 좋은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때때로 상부와 타협하고, 때로는 고개를 숙이며 살아간다. 켄 마일스를 진심으로 믿지만, 그를 끝까지 돕지 못하는 때도 있다. 그것이 바로 우리들의 삶이고, 절대 나쁜 것은 아니다. 

 켄 마일스는 투박하고 어쩌면 어리숙하기까지 하다. 하지만 그가 가진 자동차에 대한 애정, 레이싱에 대한 열정은 그렇지 않다. 그 신념은 강렬하다 못해 날카롭기까지 하다. 영화가 보여주고자 하는 것은 그러한 인물인 켄 마일스가 어떻게 살아가는지, 또 그러한 신념은 어떻게 작동되는지, 그리고 그가 어떻게 변화하는지에 관한 것이다.

 영화의 종반부, 쉘비는 마일스에게 속도를 늦춰야 한다고 말한다. 물론 선택은 너 자신의 몫이라며 말이다. 정말 좋은 친구다 그는. 하지만 어딘가 비겁하지 않은가? 만약 진정으로 친구가 달릴 것을 원했다면, 상부의 지시를 전달하는 것 자체를 무시할 수도 있었다. 그는 영화에서 충분히 그러한 모습들을 보여줬으니까.

 마일스는 분개한다. 그리고 속력을 늦춘다. 결국 가장 투박한 신념을 가진 사람이, 자신의 신념을 스스로 꺾는다. 사람들이 싫어서 더욱 굳세게 쥐었던 것을, 사람들 때문에 놓는다. 그리고 그러한 사람에게 사회와 사람들은 1등의 영광을 앗아간다. 영화 포드V페라리가 말하고자 하는 핵심 주제는 바로 이 지점에 있다. 이것이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며, 또 우리가 종종 발견하는 어느 인간들의 이야기다. 영화는 절대로 어떤 삶이 더 나은 것인지를 말하지 않는다. 그저 보여주는 것 뿐.

 마일스는 결국 죽음을 맞이한다. 하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실제 인물의 궤적을 따라간 플롯일뿐. 영화는 당신에게 묻고 있는 것이다.

 당신은 켄 마일스처럼 살겠는가? 캐롤 쉘비처럼 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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