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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가 그랬다.

[김철수입니다. 이하 글은 이미 영화를 감상하신 분들을 대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영화의 줄거리와 결말 외에, 제 나름대로 영화 <마더>를 아이러니라는 틀로 해석해보았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영화를 감상하신 뒤 돌아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최근 기생충으로 떠들썩했던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 워낙 유명한 작품이니, 해당 작품의 줄거리와 결말에 대해서 다루기보다는 내 감상을 짧게 표현해보고자 한다. 영화 <마더>는 모성애를 매개로, 아이러니(Irony)를 주제로 한 영화가 아닌가 한다. 영화의 모든 것이 아이러니이다. 도준이가 범인인것처럼.

 

1. 결말 속, 전복된 모자母子관계

 시종일관 도준만 바라보며, 무한한 애정을 쏟으며 보살피는 도준 엄마(극 중 이름이 설정되어 있지 않다) 그러나 그녀는 도준이 실제 살인범이라는 증거를 목도하고, 이를 인멸하기 위해 살인을 감행한다. 이것부터가 아이러니인데 이 사건을 기점으로 도준과 도준 엄마의 관계가 전복된다.

ⓒ Barunson All Rights Reserved.

 엄마 없이는 식사도 제대로 못하고, 한약까지 입으로 받아먹는 도준. 도준이 살인을 해서인가, 도준 엄마가 살인을 해서인가. 이젠 자신의 어머니에게 물을 떠다준다. 보살핌의 전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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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효도관광을 가는 도준엄마. 제 3자가 얼핏 보기에는, 잘생긴 효자 아들이 꼭 어머니를 여행 보내주는 것처럼 보이리라. 자신의 엄마에게 먹을 것을 잔뜩 사서 쥐어주는 도준. 왜 이렇게 많이 샀냐며 타박하는 자신의 어머니에게, "남들과 나눠 먹으면 되지." 라며 부드럽게 타이르는 도준. 보살핌의 관계는 철저히 역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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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니의 모든 치부를 알고 있기라도 한듯, 어머니의 침통을 쥐어주는 도준. 황급히 자리를 떠나 버스로 향하는 자신의 어머니를, 걱정스런 혹은 뭔지 모를 눈빛으로 하염없이 바라보는 도준. 이제 도준의 어머니와 도준의 관계는, 영화가 시작될 때 우리가 기대하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양상으로 변화된다. 자신의 아들은 살해를 저지르고, 어머니는 하염없이 버스에서 춤을 춘다.

 

2. 모든 것이 전복되어 있는 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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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가 죽인 건 맞는 거네요" 계속해서 존대도 반댓말도 아닌 요상한 어투를 구사하는 형사. 이질적이고 모순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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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 변호사. 보통의 수임금보다 적은 금액을 맡고도 이러한 변호를 맡아서 해주었고, (물론 더한 돈을 준비하는 도준 엄마의 모습이 등장하긴 한다) 도준의 상태를 보더니 냅다 줄행랑을 치는 사람. 그 와중에 공공장소에서 뛰어다니는 아이를 혼내키고, 다리를 꼬고 있는 여자에게 헛기침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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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그가 자신의 의뢰인을 소위 룸빵으로 부른 것은 코메디의 정점. 세상에 이런 변호사가 어디있단 말인가. 그런데 그런 변호사가 자신의 인맥을 총동원해서 살해 유력 용의자인 아들을 징역 15년에서, 정신감호 4년으로 바꿔준다고 한다. 이 정도면 관객들조차 '그럴듯한데?' 라고 생각할 정도다. 공 변호사는 저 시골마을에서 어쩌면 자신의 능력을 총 동원해서 최고의 결과물을 도준 엄마에게 가져다준 셈이다. 그러나 보통 그런 훌륭한 변호사는 자신의 나이 지긋한 의뢰인을 룸빵으로 부르지도 않고, 보도 아가씨에게 폭탄주를 말아 권하지도 않는다. 영화의 모든 인물들은 질릴 정도로 모든 것이 아이러니 투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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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평소 도준 엄마를 "엄마" 라고 부르며 살갑게 대했던 진태. 도준 엄마가 자신을 살해범으로 몰았던 것에 분노를 표하며, "너"가 나한테 그럴 수 있냐며 소리를 지른다. 엄마는 너가 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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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런 엄마가 돈을 마련해주자, 곧바로 그 호칭은 다시 엄마로 돌아온다. '엄마'라는 근원적인 호칭은, 가장 물질적인 것에 의해서 좌우되는 것이 된다. 진태는 그러한 현실을 상징하는 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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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 수사물을 읽는 것을 즐기는 진태는 경찰대에 탈락한 과거가 있었다. 그리고 진태는 경찰 뺨치는 수사관이 된다. 결국 도준 엄마에게 돈을 더 받고 동네 고등학생들을 조지는 진태. 고등학생들이 도준과 도준엄마가 정말 잤냐며 묻자, 갑자기 정의의 용사라도 된 듯 학생의 앞니를 발로 차 털어버린다. 도준 엄마에게 있어 진태는 정말 아들의 사람 좋은 친구? 조력자인가? 그 경계는 희미해진다.

3. 전복된 상황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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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해괴망측한 씬과 미장셴이 가져다주는 충격은 참으로 살벌하다. 소녀의 몸부터 뒤집혀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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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기생충>의 거실 씬의 전신前身이 되는 장면. 관객들에게 압박과 불편함을 동시에 선사하는 봉준호. 우연치않게 진태의 관계장면을 보게 된 도준엄마의 불편함은 그대로 관객들에게 전가된다. 이 장면이 빨리 끝났으면 싶다. 그리고 그러한 상황 속에서 끝말잇기를 하는 진태와 미나. "알탕" "탕평책". 참으로 시의적절한 놀이가 아닌가. 끝말잇기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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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영화의 주제 자체가 아이러니임을 보여주는 제 1의 장면. 끔찍이 아끼던 아들을 죽이려 했던 것은 바로 엄마였다. 도준이 태어날 때부터 정신이상이 있던 것인지 아닌지 영화에서 묘사되지는 않지만, 도준 엄마의 농약 자살기도가 아들을 정신이상자로 만들었을 가능성이 농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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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한 도준의 상처를 비유적으로 표현해주는 반대편 얼굴의 상처. 무한한 애정과 조건 없는 사랑의 상징물일 것 같던 엄마는, 실상 가장 크고 싶은 상처를 아들에게 선사했던 인물이었다. 모든 상황은 도치되고 전복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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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들 대신 범인으로 잡힌 정신이상자 종팔이. 너무도 자신의 아들 도준과 닮아 있는 종팔 (흠흠) 그러나 실제로 살해를 한 것은 도준이고, 범인은 종팔이 되었다. 두 인물은 완벽하게 대칭되어 있다. 그런 종팔은 눈물을 흘리는 도준엄마에게, 아들이 된 것 마냥 울지마라며 건조한 위로를 건넨다. 엄마를 위로하는 건 자신의 아들의 누명을 쓴 정신이상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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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준은 고등학교 여학생(아정)의 머리에 돌을 던진 뒤 휴대폰을 몇 번이고 꺼낸다. 도준은 어디로 전화를 하려 했던 것인가? 자신의 어머니? 경찰? 

 중요한 것은 도준은 결국 전화를 걸지 않았다는 것인데, "걸지 않았다"라는 것부터가 도준이 자기의지로써 행동했다는 것의 반증이다. 도준은 무언가 상황이 잘못되었다 라는 것을 인지하고 난 뒤, "아무런 행동을 취하지 않음"을 스스로 선택한 것이다. 그리고 여학생을 옥상으로 끌고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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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자신의 "전화하지 않음"의 이유를 종팔이의 입을 빌어 분명하게 자신의 어머니에게 전달한다. 영화는 생각보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이 없다. 다시 돌아오는 이 장면에서 많은 것들이 분명하게 해결된다.

 봉준호가 정말 대단한 감독임은 분명하다. 도준을 고발할 수 있었던 유일한 인물인 고물상 할아버지는 도준의 엄마에게 죽임 당한다. 그리고 그는, 도준이 죽인 여학생의 성을 돈으로 샀던 남자다. 그리고 아정이가 죽은 그 날도 그는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고 동시에 전복되어 있는 영화. <마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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