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일건입니다. 이하 글은 영화 <더 이퀄라이저 2>의 결말과 범인에 대한 치명적인 스포일러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영화를 감상하신 뒤 돌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더 이퀄라이저의 속편 <더 이퀄라이저 2>다. 해당 작품은 댄젤 워싱턴이 첫번째로 참여한 자신의 속편 시리즈다. 전편을 감상한 사람들은 알겠지만, 이 영화는 전형적인 복수극의 클리셰를 철저히 따르고 있다. 어딘지 정체모를 무시무시한 기관에서 은퇴한 남자. 과묵하고. 평범해 보이는 일을 하고 있지만. 정의를 위해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는 뭐 그런 영화다. 미국판 <아저씨>. 그런데 재밌는 점은, 그저 무자비하고 화려하게 적들을 때려눕히는 것이 아니라 건조하고 현실적인 시퀀스들로 이것을 보여준다. 악당들이 바닥에 드러눕는 연출이 다큐에 가까운 장면들도 있다.
나는 댄젤 워싱턴이라는 배우를 참 좋아한다. 우선 발성과 딕션이 훌륭하고, 자신만의 독특하고 정갈한 분위기가 있다. 댄젤 워싱턴은 양쪽 입꼬리가 조금 처져있고 팔자주름이 약간 부각된 듯한 표정이 특징인데, 이것이 비열하거나 냉소적으로 보이지 않고 오히려 강인해 보인다. 그래서인지 주로 부성애가 강한 아버지 역할이나, <맨 온 파이어>와 같이 정의의 사도와 같은 역할들을 주로 맡는다. 댄젤 워싱턴의 악역 연기가 궁금한 사람들은 <아메리칸 갱스터>로.
이러한 이유로 댄젤 워싱턴은 영화 시종일관 무표정에 가까운 연기를 하지만, 이것이 주는 긴장감이 계속 팽팽하다. 줄거리가 사실 특별히 뛰어난 부분이 없기 때문에, <더 이퀄라이저 2>는 댄젤 워싱턴의 원맨쇼라 봐도 무방할 것 같다.
전작과 영화의 플롯은 동일하다. 이번에는 맥(댄젤 워싱턴)의 가장 절친했던 친구, 수잔이 죽는다. 전작의 내용이 맥이 도시 수호자로서 각성해 악당들을 때려눕히는 것이라면, 속편은 그 계기가 보다 개인적으로 변화한 것뿐이다. 영화의 초반부 수잔과 맥의 돈독한 관계를 강조해 제시하는데, 많은 분들이 이미 엘리베이터 씬에서 수잔이 죽을 것임을 예감했을 것이다. 마일스와 노인의 경우, 맥이 도시를 수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장치 혹은 극적 수단이라고 간주한다면 이해가 편하다.
아쉬웠던 것은 범인의 정체가 너무도 뻔했다는 것이다. 과거 맥과 함께 팀을 이뤘었던 데이브. 이제는 수잔과 파트너를 이뤄 정보부해서 활동하는 그가, 사실은 정보부에서의 경력 단절 이후 일종의 '사설 킬러'가 되었다는 설정은 맥의 존재보다 더한 클리셰의 남용으로 보였다. 영화를 많이 보다 보면, 영화의 숨겨진 범인이 지나치게 쉽게 연상돼버리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왜냐하면 대부분의 상업영화의 경우, 숨겨진 범인이 다시 주인공과 가까운 인물로 회귀하는 경우가 99% 기 때문이다. 무슨 말이냐면, 가령 어떤 영화에서 A라는 주인공이 B라는 숨겨진 범인을 C, D, E, 라는 인물들과 함께 추적하는 이야기가 진행된다고 하자. A가 정말로 새로운 인물로 후반부 등장하는 성격의 인물이 아닌 경우, A는 대부분 C D E 중 하나로 밝혀지기 마련이다.
이것은 꼭 범인이 아니어도 마찬가지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다크 나이트 라이즈>에서도, 구덩이를 기어 나온 아이가 사실 익명의 시민이었던 미란다 테이트로 귀결된다. 셀리나 카일은 될 수 없었다. 왜? 그녀는 배트맨의 여자 친구로 귀결되어야 하니까. 각설하고.
Equailizer. 동등하게 하다, 균등하게 하다라는 뜻이다. 무엇을 동등하게 하는가? 선량하고 정의롭게 사는 시민들에게 응당 누려야 할 행복과 일상을 돌려주고, 비열하고 잘못된 방식으로 살아가는 악당들에게 벌을 내린다. 이 지극히 당연해 보이는 명제는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서 어쩌면 찾기 힘든 것이 점점 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더 이퀄라이저 2>는 이 지점을 건드리는 꽤나 단순한 영화다.
그래도 마지막 장면은 꽤나 마음에 들었다. 나는 이런 극적인 순간 속의 건조함이 참 좋다. 결국 모든 악당들을 해치운 맥은 자신이 구해낸 마일스를 창가 옆으로 부른다. 그리고 그것이 끝이다. 둘은 이 극적인 상황을 헤쳐나간 뒤 아무 말도 하지 않는 것이다. 꼭 펑펑 울며 껴안고, 감사와 걱정을 토해내지 않아도 우리들은 충분히 그것을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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