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글은 영화 <카운트다운>의 결말 및 줄거리에 대한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영화를 감상하신 뒤 돌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전도연이라는 배우, 정말 대단하다. 이런 배우가 초창기에는 배우와 연기를 자신의 업으로 생각하지 않았다니. 뭐 아무튼 각설하고, 전도연 주연의 영화 <카운트다운>은 아마 많은 분들이 아시기에는 무리가 있는 작품이라 사려된다. 전국 관객 47만 명으로 썩 흥행에 실패한 영화. 그러나 당신이 전도연 혹은 정재영 배우의 팬이라면, 그것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작품이라는 생각이다. 단발의 전도연이다.
사실 이 영화를 짧게나마 리뷰하려는 이유는 단 한가지다. 전도연의 화류계 여성 연기를 볼 수 있는 작품이기 때문이다. 물론, 영화 내에서 그녀의 포지션은 뭐랄까, '고급 꽃뱀'에 더 가까운 사기꾼이다. 그러나 만약 당신이 <무뢰한>에서의 전도연, 혹은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짐승들>에서의 전도연에게 매혹되었다면 <카운트다운>을 감상하는 것은 2시간의 충분한 값어치가 있다. 그녀가 연기한 차하연을 감상하는 것만으로도 매우 즐거운 시간이 될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단발의 전도연이다.
물론, 영화의 줄거리와 짜임새가 아주 탄탄하지는 않다. 영화가 워낙 다양한 소재와 인물의 감정선을 제시하려 무리하고 있기에 그 힘이 막판에 가서는 꺾여버린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러하다.
주인공 태건호(정재영 배우)는 채권추심원이다. 돈 대신 받는 사람. 피도 눈물도 없는 그는 성격 탓인지, 어마어마한 실적을 자랑한다. 그러나 그런 그에게도 다운증후군에 걸린 아들이 있었다. (불길한 신파의 기운..) 아들을 떠나보낸 아픔을 철저히 숨기며 살아가는 태건호. 어느 날, 그에게 간암 선고가 떨어진다. 시간은 한 달, 살아날 방법은 간 이식을 받는 것뿐. 그는 자신의 아들이 하늘로 떠나며 장기이식을 해줬던 사람들을 찾아가 간 이식을 부탁하게 된다. ( 이식이 가능한지 이미 검증된 사람들. 태건호는 이식자를 기다릴 여유가 없는 것)
차하연은 바로 그에게 간을 이식할 수 잇는 유일한 인물. 그러나 세상 별 사람, 조직에 사기를 치고 다녔던 그녀의 화려한 경력은 그녀를 가만히 내버려 두지를 않는다. 차하연은 자신을 감옥에 보냈던 조 회장의 행방을 태건호에게 부탁하고, 그 댓가로 간을 주겠다고 한다.
태건호는 천방지축인 그녀를 어르고 달래며, 심지어는 보호까지 해서 암을 이식받아야 하는 상황이다.
(차하연이 과거 버렸던 딸로, 미쓰에이의 민이 분한다) 문제는 이러한 두 사람 간의 이야기가 주제가 되는 것이 아니라, 각 인물의 과거와 아픔을 영화가 포커싱 한다는 점이다. 태건호의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아들이 어떻게 해서 죽었는지부터의 과정. 차하연이 어떻게 과거 딸을 버렸고, 다시 재회해서 화해하는지의 과정. 이러하다보니 당연히 영화의 중심 플롯이 밀고 나가는 힘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자연히 영화는 극단적인 신파로 치닫게 되고. 전혀 닮을 것이 없던 태건호와 차하연 두 인물이 완벽히 대칭을 이루는 것까지는 좋았으나..
이 영화에서 전도연보다 연기를 잘한 배우다.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태건호의 아들로 분한다. 태건호의 부인이 집을 나가고, 집 사정이 힘들어지는 와중에 아버지와의 다툼 끝에 집을 나가버린다. 그리고 개에게 쫓기다 물에 빠져 익사한다. 영화의 반전과 결말은 이 지점에 있다. 태건호는 뒤늦게 아들을 찾으러 나가 강에서 이를 발견하지만, 외면해버리는 선택을 한 것. 그리고 충격 때문에 해리성 기억상실이 찾아오게 된 것이다.
(역시나 알고 보니, 태건호의 아들로 분한 배우는 실제로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학생이었다고 한다)
결국 영화에서는 태건호가 이러한 기억을 되찾는다. 그리고 이러한 슬픔을, 물 속에 빠진 차하연과 그녀의 딸을 구해주는 것으로 승화시킨다. 태건호는 자신이 외면했던 아들의 죽음을 기억해내고 울부짖으며 이들을 구해내는데, 글쎄. 이 장면이 카타르시스적인 감동을 주기에는 무리였던 것 같다.
차하연은 비로소 그에게 간을 주려고 한다. 그러나 정작 태건호는 산소마스크를 스스로 떼고, 죽음을 선택한다. 아들이 남기고 떠난 녹음기에, 아들에 대한 사랑을 절절히 남기고 말이다. 그러나 영화를 감상하신 분들 대부분 느꼈듯이, 해당 장면이 지나치게 늘어져 '한국형 신파'의 한계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 상당히 긴 시간에 걸쳐 아들에게 사죄를 하고 사랑을 표현하는 것으로도 모자라, 푸르른 하늘 밑 잔디밭에서 뛰노는 두 부자의 모습을 보는 것은 썩 유쾌하지가 않았다. 태건호가 스스로 목숨을 끊은 뒤, 아들의 녹음기를 꼭 잡고 있는 정도로만 표현했어도 충분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전도연의 캐릭터가 훌륭한 이유는, 이러한 신파 속에서도 유유히 살아 생동하기 때문이다. 자신이 사기쳤던 회장의 부하를 꼬셔서, 회사로 몰래 잠입한다는 말도 안 되는 설정 속에서도 그녀의 연기력은 반짝거린다. 그러한 캐릭터성의 일관성이 그녀를 유일하게 빛나게 한다. (물론 천하제일의 사기꾼인 차하연이, 버렸던 딸을 갑자기 만나 모든 돈을 포기하고 딸에게 인생을 올인한다는 설정은 참으로 통탄스럽다)
이미 태건호의 뒤통수를 치고도 다시 뻔뻔스럽게 그에게 동행을 요구하는 차하연. 또다시 태건호가 숨겨둔 돈가방을 가지고 도망쳐버리는데, 다음날 다시 돌아와 "아니, 돈가방에 돈이 안 들었으면 말을 해줘야 될 거 아니에요?" 라며 태건호에게 오히려 역정을 내는 장면에서는 미소가 번졌다.
전도연에 대한 팬심으로 봤던 영화. 개인적으로는 <무뢰한>을 추천한다.
영화 무뢰한 완전 해석 및 결말 리뷰 (feat. 오줌과 돼지발정제)
김철수입니다. 이번 글은 영화 무뢰한의 결말, 몇몇 장면에 대한 나름의 해석과 스포일러를 포함합니다. 스포일러를 원치 않으시는 분은 영화를 감상하신 뒤 돌아와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gong-il-gun.tistory.com
* 본 리뷰에 사용된 스틸 및 사진은 인용의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관련된 권리는 해당 저작권자에 소유됨을 알립니다. 사용된 스틸 및 사진에 대한 문제가 있어, 필자에게 알려주시면 곧바로 조치하도록 하겠습니다. 단, 본문의 내용은 작성자에게 권리가 있습니다.
* 본 블로그의 모든 글에 대한 권리는 필자 김철수에게 있습니다. 내용 및 이미지의 무단복제나 불펌은 금지하며 오직 링크만을 허용합니다. 또한 인용된 이미지는 모두 표시된 해당 저작권자에게 권리가 있으므로 이를 무단으로 사용해서 발생하는 책임은 퍼간 사람 본인에게 있음을 알립니다.
'김철수의 영화 리뷰 > 영화 리뷰(R2view)'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화 무뢰한 완전 해석 및 결말 리뷰 (feat. 오줌과 돼지발정제) (9) | 2020.03.07 |
---|---|
(스포) 영화 다크 워터스 결말 및 해석 리뷰 : 그는 왜 변호하는가? (0) | 2020.03.06 |
(스포) 영화 더 이퀄라이저 2 결말 및 범인 : 미국판 <아저씨> 리뷰 (0) | 2020.03.04 |
포드V페라리 결말 해석 : 마일스가 속도를 늦춘 이유 (feat. 안녕하세요) (0) | 2020.03.02 |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리뷰 : 고레에다 히로카즈 가족 3부작 (0) | 2020.03.01 |